AMH가 낮다고 임신 가능성을 숫자로 단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

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교수/노원인애한의원 대표원장

배광록 교수입니다.

난임 진료를 하면서 여성들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검사 중 하나가 AMH입니다.

“난소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다고 합니다.”

“AMH가 너무 낮은데 자연임신은 어려운가요?”

“시험관을 해도 난자가 몇 개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임신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있습니다.

AMH는 난소예비력을 평가하는 데 유용한 검사입니다.

그러나 AMH 하나가 여성의 임신 가능성 전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임신은 남아 있는 난포의 수뿐 아니라 배란 여부, 난자의 상태, 자궁내막, 정자 상태, 연령 등 여러 변수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난소기능이 저하된 여성들의 치료 가능성을 임상적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 2020년 대한한방부인과학회지에 발표한 조기난소부전 증례에서는 한약치료 후 월경주기가 회복되고 치료 중 자연임신이 이루어져 출산까지 이어진 사례를 보고했습니다.

또한 강소정 교수 등과 함께 발표한 2018년 논문에서는 양측성 자궁내막종 수술 후 무월경과 조기난소부전이 발생한 환자에게 한방치료를 시행한 뒤 월경이 다시 나타나고 높은 FSH가 정상범위로 감소한 경과를 보고했습니다.

두 논문에서 공통적으로 살펴볼 부분이 있습니다.

치료 전 상황이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 환자는 조기난소부전 상태였고 다른 환자는 양측성 난소수술 이후 무월경과 난소기능저하가 나타난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런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난소기능 저하를 숫자 하나만으로 판단하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실제 월경의 변화와 호르몬 지표, 임신 및 출산 결과를 함께 관찰했습니다.

난소기능 저하 환자를 위한 한약치료 역시 단순히 AMH를 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월경주기를 조절하고 배란과 생식기능이 작동하기 좋은 신체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AMH 0점대의 여성이라도 매달 배란이 이루어지는 사람과 몇 달씩 생리가 없는 사람은 치료 방향이 달라야 합니다.

생리량이 지나치게 적은지,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지, 안면홍조나 질건조가 나타났는지, 수면이 불량한지, 피로가 심한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한약의 장점은 이러한 개인차를 처방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가장 아까운 것은 시간입니다.

특히 난소예비력이 낮다면 단순히 수치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임신 또는 난임시술 계획과 동시에 몸 상태를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방치료 역시 필요한 경우 시험관아기 시술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 환자가 가진 생식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병행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제가 조기난소부전과 난소수술 후 난소기능저하에 관한 논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한 것도 난소기능 저하라는 어려운 분야에서 실제 임상 결과를 객관적인 자료로 축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좋은 치료는 희망만 이야기해서도 안 되고 검사 수치만 이야기해서도 안 됩니다.

현재 난소가 어느 정도 기능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치료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AMH가 낮다는 결과를 받았다면 좌절하기 전에 월경주기와 FSH, 난포수, 배란 상태, 연령 등을 함께 평가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난소의 가능성은 검사 결과 한 줄보다 더 복합적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별화된 한약치료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작성·감수 의료진

배광록 대표원장

인애한의원 노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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