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교수/노원인애한의원 대표원장
강소정 교수입니다.
난자 채취를 마치고 나면 배가 부풀고 묵직한 느낌이 며칠 이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대개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지만 어떤 분들은 이 상태가 유난히 오래 지속되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가 됩니다. 배가 빵빵하고 숨이 얕아지며 체중이 갑자기 늘어난 느낌이 들면 다음 일정을 잡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집니다.
과배란 과정에서 여러 개의 난포가 동시에 자라면 난소가 평소보다 커지고 주변에 수분이 고이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에서 몸이 수분을 처리하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배가 부르고 붓는 증상이 길게 남습니다. 회복이 더딘 분들은 이후 이식 일정까지 미루게 되면서 준비 기간이 흐트러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몸 안에 수습이 정체된 상태로 이해합니다. 물이 제자리를 찾아 흐르지 못하고 한곳에 머무르는 상황입니다. 그 배경에는 비위의 힘이 약해 수분을 운화하지 못하는 조건이나 아랫배의 순환이 정체되어 있는 조건이 함께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물을 빼는 접근보다 그 흐름을 되돌리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처방은 비위를 세워 수분을 처리하는 힘을 회복시키는 방향과 정체된 수습을 아래로 내보내는 방향을 함께 구성합니다. 여기에 채취 과정에서 소모된 기혈을 보충하는 약재를 더합니다. 회복기의 처방은 몸을 강하게 몰아붙이기보다 부드럽게 흐름을 되돌리는 쪽으로 무게를 두는데, 이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 한약 치료의 장점입니다.
회복 속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평소 소화가 약하고 잘 붓는 분들, 아랫배가 차고 순환이 더딘 분들은 같은 시술을 받아도 회복이 더딘 편입니다. 이런 분들은 다음 주기를 준비하실 때 채취 이전부터 미리 몸을 정돈해 두시면 회복 기간 자체가 짧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에서 이 준비의 유무가 만들어 내는 차이를 자주 확인하게 됩니다.
회복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다음 단계와 직접 이어집니다. 몸이 부어 있고 소화가 불편한 상태에서 곧바로 이식을 준비하면 컨디션이 온전하지 못한 채로 중요한 시기를 맞게 됩니다. 그래서 회복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이 다음 이식의 조건을 만듭니다. 전배아 동결을 하신 경우라면 이 시간을 여유 있게 쓰실 수 있습니다.
생활에서는 수분을 지나치게 줄이지 않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기가 있다고 물을 적게 드시면 오히려 회복이 더뎌질 수 있습니다. 따뜻한 물을 조금씩 자주 드시고, 짠 음식과 밀가루 음식을 줄이며, 가볍게 자주 움직여 순환을 돕는 편이 좋습니다. 오래 누워만 계시는 것보다 집 안에서 짧게라도 걸으시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식사는 따뜻하고 소화하기 편한 형태로 자주 나누어 드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배가 부풀어 있는 상태에서 한 번에 많이 드시면 부담이 커집니다. 죽이나 국물이 있는 식사로 시작해서 소화가 편해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양을 늘려 가시면 됩니다.
회복이 지나치게 더디거나 배가 계속 불러 오는 느낌이 있다면 시술을 받으신 병원에 먼저 확인하시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확인을 거친 뒤에 남은 회복 과정을 한약으로 도우시면 됩니다. 두 가지는 서로 부딪히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맡습니다.
한약 치료가 이 시기에 갖는 강점은 회복의 여러 측면을 동시에 다룬다는 점입니다. 정체된 수분을 내보내는 일, 소모된 기혈을 채우는 일, 불편해진 소화를 정돈하는 일이 한 처방 안에서 함께 이루어집니다. 회복기의 몸은 예민한 상태이므로 강도를 조절하며 부드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임상에서 회복이 유난히 더뎠던 분들께는 다음 주기를 준비하실 때 채취 이전부터 미리 손을 대시도록 권해 드립니다. 몸이 수분을 처리하는 힘과 순환을 미리 정돈해 두면 같은 시술을 받아도 이후의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회복을 앞당기는 준비는 시술이 끝난 뒤가 아니라 그 이전에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