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교수/노원인애한의원 대표원장
강소정교수입니다.
산후조리원에서 충분히 쉬었는데도 산후풍이 생겼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따뜻하게 지냈고, 식사도 잘 챙겼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몇 달 뒤부터 손목과 무릎이 시큰거리고 몸에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산후조리를 잘못한 것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산후회복은 단순히 출산 직후 2~3주 동안 얼마나 따뜻하게 지냈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임신 이전의 체력, 임신 중 체중 변화, 출산 방법, 분만 중 출혈량, 수유 여부, 산후 수면, 육아 부담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조리원에서는 비교적 규칙적인 식사와 휴식이 가능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순간 상황이 달라집니다.
밤중 수유로 여러 차례 깨고, 아기를 반복해서 안아야 하며, 집안일까지 시작되면서 체력 소모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조리원에 있을 때는 괜찮았다가 출산 한두 달 이후부터 통증과 냉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산후조리를 단순히 일정 기간 쉬는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출산으로 소모된 기혈이 충분히 회복되고, 자궁과 전신 순환이 안정되며, 산모가 일상생활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오는 전체 과정을 중요하게 봅니다.
이 과정에서 한약치료를 활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출산 직후에는 오로 배출과 어혈, 부종 등을 살펴보고, 이후에는 수유와 육아로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체력을 보충하는 식으로 시기에 따라 치료 방향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모마다 회복 속도가 다르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평소 체력이 좋고 자연분만 후 회복이 빠른 산모와, 임신 전부터 체력이 약하고 소화기능이 떨어졌거나 제왕절개를 거친 산모의 산후조리 방향은 같을 수 없습니다.
산후 한약은 이러한 개인차를 반영해 처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산후풍 증상이 발생했다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출산 직후부터 통증이 있었는지, 조리원 퇴소 후부터 심해졌는지, 수유 횟수가 늘면서 체력 저하와 함께 나타났는지를 세밀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산후조리는 짧은 이벤트가 아니라 몇 달에 걸친 회복 과정입니다.
따뜻하게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분히 먹고, 자고, 근력을 회복하고, 과도한 육아 부담을 줄이는 것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산후조리원을 다녀왔는데도 산후풍이 생겼다고 해서 산모 스스로 관리를 잘못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몸이 어떤 부분에서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지를 다시 살펴보는 것입니다.
산후 한약치료는 출산 직후만을 위한 치료가 아니라, 산후 수개월이 지나면서 남아 있는 피로와 냉증, 통증 등 다양한 증상을 전신적인 회복 관점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