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교수/노원인애한의원 배광록 교수입니다.
“생리를 안 해도 걱정인데, 막상 시작하면 너무 아파서 힘들어요.”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에게 생리 시작은 반가운 소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생리가 심한 통증으로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출근을 미루거나 약속을 취소하고, 진통제를 먹으면서 하루를 버텨야 한다면 치료에서 살펴야 할 목표도 넓어져야 합니다. 생리 날짜와 함께 생리하는 동안의 몸 상태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먼저 짚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심한 생리통까지 모두 다낭성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생리통, 생리 전부터 이어지는 골반통, 성관계나 배변 때 나타나는 통증은 자궁내막증 등 다른 원인을 확인할 단서가 됩니다. 새로운 통증을 기존 진단명 하나로 설명하면 필요한 평가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생리만 나오면 괜찮아진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치료 만족도는 달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생리할 때 잠을 설치는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지, 식사를 제대로 하는지, 진통제를 얼마나 자주 찾는지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불편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환자가 실제로 원하는 회복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제가 연구진으로 참여해 2020년 대한한방부인과학회지에 발표한 「한방치료로 임신 및 출산에 성공한 난치성의 습관성유산 1례 증례보고」에서는 임신과 출산 결과뿐 아니라 생리통의 변화도 함께 평가했습니다. 해당 환자에게 한약과 침·뜸·부항 등을 포함한 치료를 시행한 후 생리통 호전이 관찰됐습니다. 여성질환 치료에서 환자가 느끼는 통증을 별도의 평가 항목으로 기록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습관성유산 환자 한 명의 복합 한방치료 경과를 보고한 것으로, 다낭성 생리통에 대한 한약 단독 효과를 입증한 자료는 아닙니다. 다만 환자의 생식 건강을 살피면서 일상에 영향을 주는 통증도 함께 관찰한 접근은 참고할 수 있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과 생리통이 함께 있는 환자에게도 이러한 세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월경 간격과 함께 통증이 언제 시작되는지, 어디가 아픈지,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약치료를 검토할 때도 이 정보는 처방 방향과 경과 관찰의 기준이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통증 양상과 함께 냉감, 소화 상태, 대변, 수면, 피로 등을 살펴 변증합니다. 같은 생리통이라도 추위를 많이 타면서 아픈 사람과 더부룩함이나 긴장을 동반하는 사람의 상태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별 증상에 맞춰 약재 구성과 용량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은 맞춤 한약치료의 장점입니다. 필요한 검사 결과를 함께 검토하면 환자의 상태를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강소정 교수와 제가 공동저자로 참여해 2018년 대한한방부인과학회지에 발표한 「한방치료로 호전된 양측성 자궁내막종 수술 후 나타난 조기난소부전 증례보고」에서는 수술 이후 발생한 난소기능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처럼 여성질환 진료에서는 현재의 불편과 함께 수술 이력, 호르몬 상태, 기존 치료 내용을 살펴야 합니다. 같은 월경 문제라도 그 배경에 따라 치료 계획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치료를 시작한다면 환자에게도 구체적인 관찰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통증 강도를 0점부터 10점까지 기록하고, 진통제 복용 횟수와 통증이 지속된 시간을 적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난달보다 조금 나아요”라는 느낌에 더해 실제 생활이 얼마나 편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리 간격과 통증 기록을 나란히 보면 다음 치료 목표도 명확해집니다.
갑자기 발생한 극심한 복통이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의 통증은 먼저 원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원인이 확인된 뒤에는 기존 치료와 한약치료의 역할을 정하고, 변화에 맞춰 계획을 조정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가 바라는 회복에는 생리하는 날에도 일하고, 잠들고, 평소처럼 생활할 수 있는 편안함이 포함됩니다. 한약치료를 선택할 때도 자신의 통증과 생활 상태를 충분히 설명하고, 그에 맞는 처방과 평가 계획을 확인해보십시오. 저는 이러한 구체적인 회복 목표를 세우고 경과를 살피는 과정에서 맞춤 한약치료의 가치가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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