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교수/노원인애한의원 대표원장 배광록 교수입니다.
“저는 생리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에요.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하는데 꼭 치료해야 하나요?”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 중에서 오히려 놓치기 쉬운 유형입니다.
3개월, 6개월 동안 생리를 전혀 하지 않으면 누구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45일, 50일, 60일 정도에 한 번씩 생리를 하면 ‘조금 늦을 뿐이지 결국 생리는 하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결혼이나 임신 계획이 아직 없다면 수년 동안 그대로 지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임신 준비를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에서 긴 월경주기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생리가 늦어 불편해서가 아닙니다.
월경주기가 지나치게 길다는 것은 배란이 규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8~30일마다 배란하는 여성과 50~60일마다 월경하는 여성은 1년 동안 가질 수 있는 배란 기회의 수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신을 준비하는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에게는 “생리를 하느냐, 안 하느냐”라는 이분법보다 얼마나 규칙적으로 배란과 월경이 반복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애한의원 연구진이 대한한방부인과학회지에 발표한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 20명의 임상연구에서도 환자를 단순히 무월경 환자만으로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생리는 하지만 주기가 지나치게 긴 희발월경 환자도 함께 분석했습니다.
연구에 포함된 6명의 희발월경 환자 가운데 4명은 3개월 이상의 한의학적 치료 후 이전보다 월경주기가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 연구는 규모가 큰 임상시험은 아니지만, 다낭성난소증후군 치료에서 ‘월경이 있느냐’뿐 아니라 ‘월경 간격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치료 지표로 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난임환자를 진료할 때 이 부분을 상당히 중요하게 봅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는 난포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난포가 관찰되면서도 하나의 우세난포가 충분히 성숙하여 규칙적으로 배란되는 과정에 어려움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임신을 준비한다면 단순히 난포 숫자가 많다는 사실에 안심하거나 AMH 수치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월경 간격과 배란 패턴을 같이 살펴야 합니다.
한약치료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목표는 억지로 월경 날짜를 맞추는 것에만 있지 않습니다.
환자의 월경주기가 지나치게 길어진 원인을 한의학적 변증과 전신 상태를 통해 살펴보고, 보다 규칙적인 배란과 월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때 같은 60일 주기의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도 치료 방향이 같지는 않습니다.
한 분은 체중 증가와 식후 졸림 같은 대사적인 문제가 두드러질 수 있고, 다른 한 분은 매우 마른 체형이면서 스트레스와 수면장애가 심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환자는 심한 월경통이나 냉증, 만성피로가 함께 나타납니다.
그래서 한약은 월경 날짜 하나만 보고 처방하기보다는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여 개인별로 구성하는 것이 장점입니다.
저는 난소기능저하와 임신, 반복유산 환자에 대한 한방치료 결과를 대한한방부인과학회지에 여러 차례 연구하여 발표했습니다.
특히 조기난소부전 환자의 월경 회복 후 자연임신·출산 증례와 세 차례 계류유산을 경험한 습관성유산 환자가 한방치료 중 임신하여 출산한 증례를 제1저자로 발표했습니다.
두 연구 모두 다낭성난소증후군 연구 자체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여성 난임환자를 진료하면서 지속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것은 검사 수치 하나만 보지 않고 월경, 배란, 임신 그리고 임신 유지까지 연결된 생식 과정 전체를 살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도 똑같습니다.
특히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생리를 하니까 괜찮다”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합니다.
내 생리가 28일마다 오는지, 40일마다 오는지, 60일마다 오는지, 매번 주기가 크게 흔들리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리를 두 달에 한 번씩 하는 것도 오랫동안 반복되면 나에게는 익숙한 주기가 됩니다.
하지만 익숙하다는 것이 반드시 이상적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45일, 60일, 때로는 90일씩 생리가 늦어지는 상태라면 임신을 시도하기 직전까지 기다리기보다 미리 배란과 월경주기를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약치료를 통해 보다 규칙적인 월경과 배란을 돕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임신 준비는 임신을 시도하는 그 달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다면 지금부터 자신의 배란 리듬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임신 준비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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