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교수/노원인애한의원 대표원장
강소정교수입니다.
30대 초반에 난임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AMH 수치가 또래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크게 흔들립니다.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서둘러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이는 젊은데 난소기능만 앞서 떨어져 있는 상태를 흔히 조기 난소기능저하라고 부릅니다. 이런 경우 시험관 시술 자체는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지만, 한 주기에 얻을 수 있는 난자 수가 적다 보니 같은 시술을 반복해도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일이 많습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은 AMH가 난소에 남아 있는 난포의 양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난자의 질이나 임신 가능성을 그대로 말해 주는 숫자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젊은 연령의 난소기능저하 환자는 수치가 낮아도 난자의 질 자체는 나이에 맞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수치를 보며 낙담하기보다, 남아 있는 난포가 한 주기마다 제대로 자라도록 몸의 조건을 다듬는 일이 훨씬 중요합니다. 같은 수치를 가진 두 사람이 전혀 다른 결과를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신정이 부족하고 기혈이 난소까지 충분히 닿지 못하는 상태로 봅니다. 젊은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공통점은 생리량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것, 생리 주기가 조금씩 짧아졌다는 것, 그리고 손발이 차고 쉽게 지친다는 것입니다. 몸이 난소를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고 있다는 신호이며, 이 신호는 대개 검사 수치보다 먼저 나타납니다. 수치가 떨어지기 전에 몸이 먼저 알려 주는 셈입니다.
한약치료는 바로 이 지점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신정을 채우는 처방으로 난포가 자라나는 바탕을 보강하고, 기혈을 돌리는 약재로 골반과 난소로 가는 혈류를 넉넉하게 만들어 줍니다. 한 사람에게 같은 약을 계속 쓰는 것이 아니라 생리 주기마다 몸이 하는 일이 달라지는 점에 맞추어 처방을 조정하기 때문에, 난포가 자라는 시기에는 자양하는 힘을 더하고 배란 전후에는 순환을 돕는 방식으로 세밀하게 접근합니다. 이런 주기별 조절은 정해진 용량으로 일괄 적용되는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한약치료만의 장점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장점은 개인차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난소기능저하라도 소화가 약해 재료를 못 만드는 사람, 스트레스로 순환이 막힌 사람, 기본 체력이 바닥난 사람은 처방이 달라져야 합니다. 진맥과 문진으로 그 차이를 가려내어 처방을 짜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겨냥해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난소기능저하 환자에게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맞지 않는 방법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임상에서 젊은 난소기능저하 환자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생리 상태의 변화입니다. 한약을 복용하면서 생리량이 회복되고 주기가 안정되며 아랫배가 따뜻해졌다고 말하는 시점부터 채취 결과가 달라지는 경향을 자주 봅니다. 수치 하나만 붙들고 있을 때보다 몸 전체의 흐름이 정돈될 때 시술의 효율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환자들이 체감하는 변화와 시술 결과가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은 진료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준비 기간은 3-6개월을 기본으로 잡습니다. 난포 하나가 원시난포 단계에서 채취 가능한 크기까지 자라는 데 대략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시험관 일정이 잡혀 있다면 과배란 주기 전부터 복용을 시작해 시술과 나란히 이어가는 방식이 좋습니다. 시술에 쓰이는 약과는 작용하는 지점이 다르므로 담당 의료진과 일정을 공유하면서 병행하면 됩니다. 젊은 나이의 난소기능저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가 줄어드는 상황이므로, 진단을 받은 그 시점이 몸을 준비하기에 가장 좋은 때입니다. 수치를 확인한 그날부터 몸을 관리하기 시작한 분과 몇 달을 고민만 하다 시작한 분의 차이는 이후 결과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