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 교수/노원인애한의원 대표원장
배광록 교수입니다.
이식을 앞두고 초음파를 볼 때마다 내막 두께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런데 두께는 기준을 넘겼는데도 모양이 좋지 않다거나 결이 고르지 않다는 설명을 들으면 새로운 걱정이 생깁니다. 숫자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내막은 두께만으로 준비 상태를 다 설명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닙니다. 배란이나 이식을 앞둔 시기에는 층이 뚜렷하게 나뉘는 모양이 관찰되는데, 이 결이 고르게 만들어지는지가 함께 중요합니다. 같은 두께라도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그 안의 상태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확인해 볼 것이 그 조직에 도달하는 혈의 흐름입니다. 두께는 호르몬의 자극으로 어느 정도 만들어질 수 있지만 결이 고르게 자라나려면 필요한 재료가 충분히 전달되어야 합니다. 아랫배의 순환이 정체되어 있거나 혈 자체가 부족하면 겉으로 자라난 두께에 비해 안이 성글게 채워질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이 영역을 다루어 왔습니다. 내막이 자라나는 과정을 혈이 모여 쌓이는 과정으로 보고, 그것을 돕는 조건으로 혈의 충만함과 기의 원활한 흐름, 아랫배의 따뜻함을 꼽아 왔습니다. 세 조건 가운데 어느 것이 부족한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집니다. 혈이 부족하면 보혈이 먼저이고, 흐름이 막혀 있으면 순환을 여는 것이 먼저이며, 차가움이 원인이면 데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처방은 이 조건들을 함께 다루도록 구성합니다. 생리가 끝난 직후 내막이 새로 자라나는 구간에 보혈하는 약재의 비중을 높이고, 여기에 아랫배의 순환을 돕는 약재를 더합니다. 이식이 가까워지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옮깁니다. 시기에 따라 처방의 성격을 바꾸어 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상황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이런 분들께 함께 여쭙는 것이 생리의 양상입니다. 생리량이 예전보다 줄었거나 기간이 짧아졌다고 하시는 경우, 생리혈의 색이 어둡고 덩어리가 나온다고 하시는 경우는 내막이 만들어지고 빠져나가는 과정 전체가 순조롭지 않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초음파에 나타나는 모양과 매달의 생리 양상은 서로 이어져 있는 정보입니다.
임상에서는 처방을 이어 가시면서 생리 양상이 먼저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리 첫날의 통증이 가벼워지고 덩어리가 줄며 색이 밝아지는 변화가 나타나면 내막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정돈되고 있다는 신호로 봅니다. 이 변화를 확인하면서 다음 이식 일정을 잡으시면 마음도 한결 편안해집니다.
생활에서는 골반의 순환을 지키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오래 앉아 계시는 분들은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일어나 잠깐 걷고, 아랫배와 허리를 따뜻하게 감싸며, 찬 음식과 음료를 줄이시면 됩니다. 한의원에서는 침과 뜸으로 아랫배의 순환을 돕는 치료를 병행하기도 하는데 한약과 함께 진행하시면 준비 기간을 더 밀도 있게 쓰실 수 있습니다.
준비 기간은 두세 주기 정도가 적당합니다. 내막은 매 주기 새로 만들어지는 조직이라 변화를 확인하기에 비교적 적합한 대상입니다. 다음 이식 일정이 정해져 있다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남은 기간에 맞추어 계획을 세워 드립니다.
한약 치료가 이 상황에서 갖는 강점은 내막이 만들어지는 과정 전체를 시기별로 나누어 다룬다는 점입니다. 자라나는 구간에는 재료를 채우고, 흐름이 필요한 구간에는 순환을 열고, 유지가 필요한 구간에는 따뜻함을 지켜 줍니다. 하나의 약을 계속 복용하는 방식과 달리 주기의 흐름에 맞추어 처방을 바꾸어 갈 수 있다는 점이 결과의 차이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