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교수/노원인애한의원 대표원장 배광록 교수입니다.
이석증 치료를 받고 나서 빙글 도는 심한 어지럼은 사라졌는데 뭔가 개운하지 않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머리가 멍하고 붕 뜬 것 같으며 걸을 때 살짝 휘청이는 느낌이 남습니다. 고개를 빨리 돌리면 순간적으로 아찔하고 마트처럼 사람이 많고 복잡한 곳에 가면 유난히 어지럽다고 말씀하십니다. 병원에서는 이석은 제자리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본인은 여전히 불편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태는 드물지 않습니다. 심한 회전성 어지럼을 겪고 나면 몸의 균형을 잡는 감각이 한동안 흔들립니다. 귀와 눈과 근육이 보내는 정보를 뇌가 다시 조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데 그 과정이 더디면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이어집니다. 여기에 또 어지러우면 어쩌나 하는 긴장이 더해지면 몸이 계속 경계 상태에 머물러 회복이 더 늦어집니다. 실제로 이 시기를 지나는 분들은 어깨와 뒷목이 굳어 있고 잠도 얕은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 잔여 증상이 검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석은 제자리에 있고 청력에도 문제가 없으니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러나 이상이 없다는 말이 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운전이 조심스럽고 계단을 내려갈 때 난간을 잡게 되며 회의 중에도 집중이 흐트러지는 등 일상에서 겪는 불편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시기를 그냥 견디며 보내시는 분들이 많은데 회복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습니다.
한의학은 이런 상태를 다루는 데 익숙합니다. 검사 수치가 아니라 몸이 드러내는 전체 양상을 근거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맑지 않고 몸이 무거우며 속이 울렁거리는 분에게는 정체된 습담을 풀어 맑은 기운이 위로 오르도록 돕습니다. 기운이 떨어져 조금만 서 있어도 힘든 분에게는 기혈을 보강해 머리로 가는 순환을 끌어올립니다. 긴장으로 목과 어깨가 굳고 잠이 얕은 분에게는 뭉친 기운을 풀어 주는 방향을 잡습니다.
한약 치료의 장점은 회복의 속도를 앞당긴다는 데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좋아질 수도 있지만 그동안 일상은 계속 불편합니다. 몸의 순환과 컨디션을 함께 정리해 주면 균형 감각이 자리를 잡는 과정이 수월해집니다. 또한 잔여 증상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수면과 기력, 소화까지 함께 조정하므로 회복 이후의 재발 위험까지 낮추는 관리가 됩니다. 임상에서도 몸이 편해지면서 붕 뜬 느낌과 휘청임이 함께 줄어드는 흐름을 자주 봅니다.
이 시기에 흔히 하시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어지러울까 봐 무서워 움직임을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균형 감각은 움직이면서 다시 조율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조심하면 회복이 오히려 늦어집니다. 어지럼이 심하지 않은 범위에서 천천히 걷고 고개를 부드럽게 움직이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진료에서도 몸 상태를 보아 가며 어느 정도까지 움직이시는 것이 좋은지 함께 안내해 드립니다.
이석은 제자리에 돌아갔는데 아직 개운하지 않으시다면 회복이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남은 과정을 도와주는 치료가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