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노원인애한의원 대표원장
강소정 교수입니다.
질염이라고 하면 냉이 많아지고 냄새가 나는 증상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분비물은 거의 늘지 않았는데 외음부와 질 주변이 화끈거리고 따갑거나 가려운 여성들이 있습니다.
“냉은 별로 없는데 계속 화끈거립니다.”
“검사할 때마다 큰 문제는 없다고 하는데 피곤하면 또 따갑습니다.”
“생리 전이나 잠을 못 잔 날에 증상이 심해집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환자는 질염인지, 건조해서 그런 것인지 혼란스러워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질 주변의 불편감을 단순히 분비물의 양으로만 평가하지 않습니다.
화끈거림과 따가움, 건조감, 가려움 중 무엇이 중심인지 살펴봅니다.
생리 전후에 증상이 달라지는지, 성관계 후 심해지는지, 과로와 수면부족에 영향을 받는지도 중요합니다.
몸에 열감이 많고 입과 질이 건조한 여성과 손발이 차고 피로하면서 외음부 불편감을 호소하는 여성은 서로 다른 치료가 필요합니다.
한약치료가 반복성 질염에서 갖는 강점은 국소적인 증상만 보지 않고 환자의 전신상태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질의 불편감이 피곤할 때마다 재발한다면 몸의 회복력과 수면상태를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생리 전후에 반복된다면 월경주기와 연결하여 치료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가 여성 생식기 질환을 대상으로 발표한 연구에서는 고위험 HPV와 자궁경부이형성증 환자에게 한방치료를 일정 기간 시행하며 경과를 관찰한 바 있습니다.
이 연구가 질염 자체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 생식기 질환에서 단기간의 증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한약과 한방치료를 적용하면서 국소적인 변화와 전반적인 경과를 함께 추적하는 치료관점을 보여줍니다.
반복성 질염에서도 이런 장기적인 관점이 중요합니다.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며칠 치료하고 그때만 좋아지는 것을 반복하기보다 왜 몸의 컨디션이 떨어질 때마다 증상이 재발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한약치료에서는 분비물의 색과 냄새뿐 아니라 소화기능과 냉증, 수면, 월경상태까지 확인합니다.
소화가 약하고 설사를 자주 하는 여성, 밤에 열이 오르고 잠을 못 자는 여성, 월경량이 적고 건조감이 심한 여성에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처방합니다.
특히 40대 전후로 질건조감과 화끈거림이 증가한 여성이라면 생리주기의 변화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반복되는 질 불편감 때문에 성관계를 피하거나 하루 종일 신경을 쓰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증상임에도 “분비물이 많지 않으니 질염은 아닌 것 같다”며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화끈거림과 따가움이 반복된다면 충분히 치료할 이유가 있습니다.
한약치료의 목표는 이번 증상만 잠깐 줄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몸이 피곤하거나 생리 전후가 되어도 증상이 쉽게 재발하지 않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증상이 없는 시기에도 일정 기간 전신상태를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염은 냉이 많이 나오는 사람에게만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분비물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반복되는 화끈거림과 따가움 역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증상입니다.
피곤할 때마다 다시 시작되는 질 불편감으로 오래 고생하고 있다면 국소증상만 보지 말고 월경과 전신상태를 함께 관리하는 한약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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