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교수/노원인애한의원 대표원장
배광록 교수입니다.
자궁내막종 수술을 받은 여성 중에는 수술 이후 예상하지 못했던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술은 잘됐다고 하는데 생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난소기능이 갑자기 떨어졌다고 합니다.”
“임신을 준비해야 하는데 난소 수치가 너무 나빠졌습니다.”
자궁내막종 자체가 난소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특히 양측 난소에 병변이 있거나 반복적인 난소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술 이후 난소기능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저는 이와 관련된 실제 치료 사례를 강소정 교수 및 경희대학교 한방부인과 연구진과 함께 연구하여 2018년 대한한방부인과학회지에 발표했습니다.
논문의 제목은 ‘한방치료로 호전된 양측성 자궁내막종 수술 후 나타난 조기난소부전 증례보고’입니다.
이 증례의 환자는 양측성 자궁내막종 수술 후 이차성 무월경과 조기난소부전으로 진단받았습니다. 한약과 한방치료 후 다시 월경이 나타났으며 높아져 있던 FSH가 정상 범위로 감소한 경과가 논문에 보고되었습니다.
이 논문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생리가 좋아졌다”는 환자의 주관적 느낌만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월경이라는 임상적 변화와 함께 FSH라는 객관적인 호르몬 지표를 함께 관찰했습니다.
여성질환을 치료할 때 저는 이러한 객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약을 복용한 뒤 몸이 따뜻해졌다거나 피로가 감소했다는 변화도 중요하지만, 난소기능 저하와 같이 임신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에서는 월경주기와 호르몬 검사 등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특히 난소수술 이후에는 단순히 “수술했으니 이제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난소는 자궁과 달리 난자의 저장고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수술 이후에는 남아 있는 난소기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이후의 월경과 임신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난소만 따로 떨어뜨려 보지 않습니다.
수술 이후 체력 저하가 심한지, 월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아랫배가 차가운지, 수면은 괜찮은지, 소화기능이 떨어졌는지, 스트레스가 심한지 등을 함께 살펴봅니다.
같은 자궁내막종 수술 후 난소기능 저하라고 하더라도 환자마다 필요한 처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개별화는 한약치료가 가지는 중요한 장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제가 연구했던 환자군이 비교적 치료가 단순한 상황만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양측성 자궁내막종 수술 후 조기난소부전과 무월경이 나타난 상태였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치료 경과를 객관적인 수치와 함께 논문으로 남겼다는 것은 여성 난소기능 저하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의 임상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성환자를 진료하면서 특히 수술 이후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수술은 병변을 제거하는 매우 중요한 치료입니다.
그러나 이후 월경이 불규칙해지거나 생리가 사라지고, FSH가 올라가거나 AMH가 빠르게 감소한다면 별개의 문제로 보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난소기능은 시간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자궁내막종 수술 후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현재 남아 있는 난소기능과 월경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한약을 포함한 적극적인 회복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저와 강소정 교수가 실제 임상 증례를 경희대학교 한방부인과 연구진과 함께 논문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의학 치료가 단순히 경험에만 머무르지 않고 어떤 환자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난소수술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내 난소가 어떤 상태인가입니다.
그리고 남아 있는 가능성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