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활제를 써도 건조감과 통증이 남는다면

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교수/ 노원인애한의원 대표원장

강소정 교수입니다.

질이 건조하고 관계할 때 통증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이 윤활제나 질 보습제입니다. 약국이나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사용하는 순간에는 확실히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의 이야기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쓸 때만 괜찮고 다음번에는 또 아프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도 속옷이 스치면 따갑거나 소변을 볼 때 화끈거리는 느낌이 남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윤활제는 마찰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표면을 잠시 미끄럽게 만들어 통증을 덜어 주지만 점막이 스스로 촉촉함을 만들어 내는 능력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질 점막은 원래 스스로 분비물을 만들어 자기를 보호하고 산도를 유지합니다. 이 기능이 떨어져 있는데 겉에만 물기를 덮어 준다면 근본은 그대로 남게 됩니다.

건조감이 오래되면 불편함은 한 가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점막이 얇고 약해지면 작은 마찰에도 미세하게 손상이 생기고 그 자리에 세균이 자리 잡기 쉬워집니다. 질염이 자주 재발하거나 방광염이 반복되는 분들 중에 건조감을 함께 가지고 계신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관계할 때 통증이 반복되면 몸이 먼저 긴장하게 되고 골반 근육이 수축하면서 통증이 더 심해지는 흐름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관계 자체를 피하게 되고 부부 사이의 거리감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상태를 몸의 진액이 부족해지고 아랫배로 도는 순환이 약해진 흐름으로 봅니다. 진액은 우리 몸을 적셔 주는 물질을 뜻합니다. 진액이 충분하면 눈과 입과 점막이 모두 촉촉하지만 부족해지면 여러 곳이 함께 마릅니다. 실제로 질건조증으로 오신 분들께 여쭤 보면 눈이 뻑뻑하다거나 입이 자주 마른다고 답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 전체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가장 예민한 부위에서 먼저 드러난 것입니다.

한약 치료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겉을 덮어 주는 방식이 아니라 점막을 적시는 힘 자체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건조감이라도 처방은 달라집니다. 얼굴로 열이 오르고 잠을 설치는 분에게는 위로 뜬 열을 내리면서 음을 보충하는 처방을 씁니다. 늘 피로하고 기운이 없는 분에게는 기혈을 함께 채워 주는 처방을 선택합니다. 아랫배가 차고 소화가 약한 분에게는 속을 데우고 순환을 돕는 방향으로 갑니다. 겉으로 보이는 증상은 하나지만 그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몸에 맞는 처방을 찾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방식은 결과에서도 차이를 만듭니다. 건조감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 상태를 함께 조정하기 때문에 수면의 질과 기력, 소화 상태까지 같이 정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에서도 몸이 편해지면서 점막의 불편함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흐름을 자주 보게 됩니다.

생활에서 함께 챙기시면 좋은 부분도 있습니다. 물을 충분히 드시고 카페인과 음주는 줄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질 세정제를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점막의 보호막을 씻어 내게 되므로 과도한 세정은 피하시기 바랍니다. 잠이 부족하면 진액이 회복될 시간이 없으니 수면 시간을 확보하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치료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자주 물으시는 것이 기간입니다. 점막의 회복은 몸의 회복 속도를 따라가야 하므로 며칠 만에 달라지는 영역은 아닙니다. 다만 복용을 시작하고 나서 잠이 깊어지거나 오후의 피로가 덜해지는 변화를 먼저 느끼시는 분이 많고 그 흐름을 따라 점막의 불편함이 뒤이어 줄어드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진료를 볼 때마다 컨디션과 생리 상태를 확인해 처방을 조정해 나가기 때문에 몸이 변해 가는 속도에 맞추어 치료를 이어 갈 수 있습니다.

윤활제로 매번 그 순간만 넘기고 계셨다면 이제는 몸 안쪽을 살펴보실 때입니다. 불편함을 말씀드리기 어려워 혼자 검색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신 분들이 많습니다. 진료실에서는 매우 흔하게 다루는 주제이니 편하게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건조감은 참고 지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이며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작성·감수 의료진

강소정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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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정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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