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교수/노원인애한의원 대표원장
배광록 교수입니다.
“아직 30대인데 조기폐경이라고 합니다.”
“FSH 수치가 높고 생리가 끊겼는데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을까요?”
조기난소부전이나 조기폐경 진단을 받은 여성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당혹감입니다. 단순히 생리가 나오지 않는 문제를 넘어 임신 가능성, 여성호르몬 감소, 질건조감, 안면홍조, 수면장애 등 앞으로의 삶 전체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성질환 진료에서 중요하게 보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검사 수치 하나만 보고 난소의 가능성을 단정하기보다는 현재 남아 있는 난소 기능과 월경 상태, 전신 증상, 이전 치료 과정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임상 경험을 단순한 진료 경험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학술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조기난소부전 환자에 대한 증례를 대한한방부인과학회지에 발표했습니다.
2020년 발표한 ‘대영전가미방으로 월경회복, 자연임신 및 출산에 성공한 조기난소부전 1례 증례보고’에서는 조기난소부전으로 진단받은 환자에게 한약치료를 시행한 뒤 질건조감과 안면홍조 같은 증상이 개선되고 월경주기가 회복되었으며, 치료 과정에서 자연임신이 이루어져 출산까지 이어진 경과를 보고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제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생리가 한 번 나왔다”는 결과만을 관찰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성의 생식기능을 평가할 때는 월경 여부뿐 아니라 난소와 자궁이 실제 임신을 준비할 수 있는 상태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따라서 자연임신과 출산까지 경과를 추적했다는 점은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한약치료의 강점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조기난소부전 환자는 모두 같은 상태가 아닙니다. 어떤 분은 얼굴이 달아오르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어떤 분은 손발과 아랫배가 차고 극심한 피로를 호소합니다. 또 어떤 환자는 스트레스 이후 생리가 급격히 불규칙해지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지 않습니다.
월경주기, 수면, 소화, 체온감각, 피로도, 스트레스 반응 등을 종합해 개인의 상태에 맞게 처방을 조절합니다. 이것이 단순히 여성호르몬 수치를 하나의 숫자로만 바라보는 접근과 다른 부분입니다.
물론 한 증례가 모든 조기난소부전 환자에게 같은 결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치료가 쉽지 않은 조기난소부전 환자에서 실제 월경 회복과 임신, 출산까지의 과정을 학술지에 기록했다는 것은 한의학적 치료 가능성을 검토하는 데 중요한 임상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좋아졌다”는 말에 그치지 않고 객관적인 검사와 치료 경과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조기난소부전뿐 아니라 난소수술 후 난소기능 저하, 습관성유산, 자궁경부이형성증과 HPV 등 여성들이 실제 진료실에서 많이 고민하는 질환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조기난소부전이라는 진단은 분명 무겁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검사 결과만으로 자신의 몸 전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젊은 연령에서 월경이 갑자기 중단되었거나 난소기능 저하와 함께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면 현재 상태를 세밀하게 평가하고 남아 있는 생식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성의 몸은 숫자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한약치료는 월경과 난소기능뿐 아니라 수면, 체력, 소화, 냉증, 안면홍조처럼 함께 나타나는 신체 변화를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생식기능 회복을 돕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조기난소부전 환자의 월경 회복과 자연임신, 출산 과정을 논문으로 발표한 이유 역시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성의 몸이 보여주는 변화와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조기난소부전은 치료를 서둘러야 할 중요한 신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아직 남아 있는 난소의 가능성을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배광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