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늘 차고 아랫배도 차가워요. 자궁이 차면 임신이 어렵다는 말이 정말인가요?

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교수/ 노원인애한의원 대표원장

배광록 원장입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자궁이 차다’는 표현은 자궁의 온도를 재서 낮다는 뜻이 아니에요. 아랫배와 골반강 주변의 순환이 떨어져 있고, 그 결과 그 부위에 필요한 만큼의 혈류와 온기가 충분히 닿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손발이 차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몸의 중심에서 가장 먼 곳까지 순환이 원활히 이어지지 못한다는 신호지요. 임신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난포가 자라고, 배란이 되고, 수정란이 내막에 자리를 잡는 일련의 과정인데, 이 모든 단계가 충분한 혈류와 안정된 환경 위에서 이루어져요. 그래서 아랫배의 순환 상태는 임신 준비에서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에요.

냉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대개 함께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어요. 생리통이 심하고 따뜻하게 하면 편해진다, 생리혈에 덩어리가 섞이고 색이 어둡다, 생리 전후로 설사나 변비가 반복된다, 여름에도 에어컨 바람이 힘들다, 아랫배를 만지면 다른 부위보다 서늘하다는 이야기들이지요. 이런 신호들이 겹칠수록 순환을 정리하는 관리의 필요성이 커집니다.

이 영역은 한약치료가 가장 오래, 가장 깊이 다뤄 온 분야예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아랫배의 순환을 돕는 약재들, 정체된 것을 풀어 내는 약재들, 소모된 혈과 기운을 채우는 약재들을 환자분의 상태에 맞춰 조합해 처방을 구성해요. 찜질이나 생활 관리처럼 겉에서 데워 주는 방법과 달리, 몸이 스스로 온기를 만들고 순환을 유지하도록 안에서부터 바탕을 바꿔 나가는 방식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필요하면 침구치료나 온열요법을 함께 진행해 효과를 더 끌어올리기도 해요.

냉증이 왜 생기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해요. 타고난 체질적 경향도 있지만, 대개는 몇 가지 생활의 결이 겹쳐 만들어져요. 오랜 다이어트로 근육량과 기초 대사가 떨어진 경우, 밤낮이 바뀌는 근무나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몸의 회복 리듬이 흔들린 경우, 소화 기능이 약해 먹은 것을 에너지로 잘 바꾸지 못하는 경우, 스트레스가 오래 이어져 순환이 위쪽으로만 몰리고 아래는 비어 있는 경우예요. 그래서 냉증 치료는 아랫배만 따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냉증을 만든 배경을 찾아 그 축부터 바로잡는 데서 시작해요. 이 판단과 처방의 개별화가 한약치료의 핵심이에요.

임신 준비라는 관점에서 보면, 냉증 관리는 결국 자궁과 난소가 일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드는 일이에요. 난포가 자라는 데에도, 내막이 두툼하게 준비되는 데에도, 수정란이 자리를 잡는 데에도 충분한 혈류와 온기가 필요하니까요.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나오지 않았는데 임신이 잘 되지 않는 분들 중에 이 조건이 아쉬운 경우가 꽤 있어요.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이 영역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임신 준비에서 한의원을 찾으시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해요.

임상에서 냉증 관리를 이어 가신 분들은 생리통의 강도, 생리혈의 색과 덩어리, 아랫배의 묵직함, 손발의 체감 온도, 그리고 전반적인 피로감에서 변화를 이야기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변화들은 골반강의 순환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어요.

생활에서 함께 지켜 주시면 좋은 것들도 있어요. 아랫배와 발목, 목 뒤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 찬 음료와 생랭한 음식을 줄이고 따뜻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 여름철 냉방 환경에서 얇은 겉옷이나 무릎 담요를 챙기는 것, 그리고 가벼운 걷기로 하체 순환을 돕는 것이에요. 특히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요. 몸이 하루를 시작하며 열을 만들어 내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에요.

냉증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해요. 보통 3~6개월 정도를 한 단위로 보고 계절의 변화까지 함께 살피며 관리해 드립니다.

작성·감수 의료진

배광록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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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광록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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